본문으로 가기 주메뉴로 가기 카피라이트로 가기

보도자료

짠맛 대신 새콤한 맛으로 건강 챙기자

2003-05-14 조회수 1153

■ 한국인, 얼마나 짜게 먹나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5~20g. 티스푼 3~4개 분량에 해당하는 양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적정 섭취량(6g)보다 최고 3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소금이 많이 들어간 국·찌개·김치에 각종 염장식품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 식단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 맨밥·생야채에도 소금이 들어 있다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식품은 따로 소금을 치지 않아도 소금 성분이 조금씩 들어 있다. 가령 소금은 쌀밥 1공기(90g)에 4.5㎎, 고구마 반쪽(130g)에 48.75㎎, 돼지고기 등심 1인분(100g)에 165㎎, 달걀 1개(60g)에 157.5㎎이 들어 있다.



고기와 곡류뿐 아니라 짠맛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야채와 과일에도 소금은 어김없이 들어 있다. 귤 1개(100g)의 소금 함량은 15㎎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자연을 통해 섭취하는 소금은 하루 2g 안팎으로, 인체가 필요로 하는 소금의 양과 얼추 일치한다. WHO는 6g을 권고하고 있지만, 인체가 필요한 최저량은 1.5~2g이다. 이론적으로는 소금을 전혀 먹지 않는 ‘무염식’을 해도 몸에는 이상이 없는 셈이다.



◆ 우리 전통음식은 소금 덩어리

문제는 한국인의 밥상에 소금을 추가로 뿌리지 않은 메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특별히 짭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소금을 과다 섭취하기 쉽다. 예를 들어 보리밥, 미역국, 달걀 부침과 배추김치로 아침을 먹으면 대략 소금 3.5g을 먹게 된다. 간식으로 먹는 커피 한 잔과 비스킷 세 조각에도 소금 2g이 들어 있다.



점심시간에 비빔밥을 먹고 간단한 국물을 곁들여 마시면 소금 5g이 몸에 들어온다. 저녁식사 때 보리밥, 김구이, 김치, 우거지국, 고등어구이 한 토막을 먹으면 소금 3g을 또 섭취하게 된다. 스낵 한 봉지(소금 함량 1.5g), 라면 한 개(2~2.5g)를 삶아 먹으면 하루 소금 섭취량은 17g으로 뛴다. 영양학회 기준에 따라 심심하게 요리를 해도 이 정도이기 때문에 짠맛을 즐기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소금을 하루 25~30g씩 먹게 된다.



사람의 혀에 있는 오돌토돌한 돌기에는 맛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미뢰’라는 조직이 있다. 미뢰의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짠맛에 길든 사람은 갈수록 소금을 더 많이 먹게 된다.



◆ 소금 대신 식초로 간을 하라

고혈압·당뇨 등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권하는 저염식은 자연 섭취량 2g에다 추가로 소금 3~4g을 뿌려 간을 한듯 안 한듯 싱겁게 먹는 식단이다. 맛이 없어 도저히 못 먹겠다면 소금 대신 식초로 간을 하는 것이 좋다. 소금을 적게 먹는 대신 고춧가루나 후추를 많이 뿌려서 먹는 사람이 있는데, 짠맛 없이 맵기만 한 음식은 더욱 고역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소금을 찾게 되므로 차라리 식초로 상큼하게 간을 한 음식에 입맛을 길들여보는 편이 낫다.



◆ 죽어도 싱겁게 못 먹겠다면

저염식은 하루 세끼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이 아니면 지키기 어렵다. 집에서 세끼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도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차선책’으로 야채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야채를 많이 먹으면 왜 혈압이 떨어지는지 의학적으로 명쾌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운동도 차선책 중 하나다. 운동을 하면 혈관이 튼튼해지고 이완되기 때문에 혈압이 떨어진다. 체내 염분이 땀을 통해 배출되면서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의학적으로 명확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만한 차선책이다. 물을 많이 마신 만큼 소변도 많이 보는, 배설기능이 좋은 사람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배설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마신 물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속에 머물기 때문에 소금을 배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혈액량이 늘어 고혈압이 악화되거나 부종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대개 배설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짜게 먹고 물을 많이 먹는 것은 좋은 대안이 못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 한국인, 얼마나 짜게 먹나



짠 음식은 왜 해로울까. 소금의 주요 성분은 나트륨이다. 나트륨이 혈관 속으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세포 안팎의 수분이 혈관 속으로 끌려 들어가 혈액량이 늘어난다. 압력을 받은 혈관 벽은 높아진 혈압을 지탱하기 위해 점차 두꺼워진다. 결국 혈관이 좁아져서 심장과 신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고혈압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소금을 많이 먹는 바하마 원주민(하루 소금 섭취량 15~30g), 인도인(14g), 대만인(14g)은 미국인(10g), 브라질 원주민(4g) 에스키모인(4g)보다 고혈압 발병율이 높다. 짠 음식을 즐기는 일본 동북부 주민(20~30g)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고혈압이다.



그러나 짜게 먹는다고 누구나 고혈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나트륨에 민감한 체질이 따로 있다. 둔감한 체질은 짜게 먹는다고 혈압이 높아지지도 않고, 저염식을 한다고 혈압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나트륨에 민감하지 않은 체질이라도 평소 소금을 많이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압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혈압약을 더 많이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소금에 들어있는 질산염 성분이 위에 들어가면 다른 음식과 작용해 ‘니트로조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어 위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원자력병원 임상의학연구실 최수용 박사팀이 위암 환자 126명과 일반환자 234명을 비교한 결과, 짠 음식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율이 최고 2배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성지동 교수는 “싱겁게 먹는 것은 무해하지만, 짜게 먹는 것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그렇다면 되도록 싱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왕도”라고 말했다.



(도움말=성지동·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 이승남·베스트클리닉 원장, 이종호·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부소장, 진영수·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 최수용·원자력의학원 임상의학연구실 연구원, 한영실·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현재 페이지의 화면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사용하기에 편리합니까?
  • 현재 페이지에서 원하는 기능이 충분히 제공되었습니까?
  • 사용자가 원하는 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까?

평가하기